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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소통하는 삶을 위한 첫 단계, 공감

다 안다고 말하는 것은 공감이 아니다
인정보다 먼저 이해가 필요하다

  • 입력 2024.03.17 10:13
  • 기자명 주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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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이란 평가 없이 그 사람처럼 걸어보려는 심정이다. ⓒpixabay
▲ 공감이란 평가 없이 그 사람처럼 걸어보려는 심정이다. ⓒpixabay

1.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
2. 다른 사람의 느낌과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
3. 자신이 이해한 타인의 느낌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능력

공감 연구자인 테레사 와이즈가 공감에 대해 요약한 내용이다.

공감이라고 하면 내면의 깊은 이해나 정서적 교감 없이 고개만 끄덕여주는 ‘행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공감을 원한다고 할 때 “그래서 뭐가 해결되는데요?”라고 반문하게 된다.

실제로 상담에 오는 많은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에서 공감받기를 원하지만, 공감을 받아본 적도 없고, 공감을 해주는 방법 역시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이 힘든 일이 있을 때 돈 몇 푼 통장으로 보낸 친구보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서 어깨 토닥여준 친구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바로 공감이다.

공감이란 누군가의 신발을 신고 그 사람이 걸었던 길을 판단이나, 평가 없이 그 사람처럼 걸어보려는 심정이다. 부모를 잃은 슬픔, 누군가와 헤어지는 아픔, 열심히 준비한 시험에서 불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실망감을 내 일처럼 알아주는 것이 공감이다.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거창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렵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 공감은 ‘그렇구나’ 알아주는 것 ⓒpixabay
▲ 공감은 ‘그렇구나’ 알아주는 것 ⓒpixabay

게다가 삶에서 감정, 공간, 시간, 관계가 서로 얽혀있다 보니 ‘지금’의 상대방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지금’ 상대방의 상황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가정일이 힘들다고 말하는 부인에게 “빨래는 세탁기가, 밥은 밥통이,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청소는 청소기가 하는데…. 뭐 하는 게 있다고 힘들어!”라고 상대방의 힘듦은 재단하고, 축소하고, 비난하고, 평가해 버린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 일이 힘들어서 ‘회사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당신이 회사 그만두면 당장 이번 달 카드값은 어떡할 거냐? 그리고 다른 집 남편들은 밤에 대리운전도 한다는데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게 뭐가 힘들어서 맨날 그만두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느냐! 그렇다고 남들보다 많이 벌어오는 것도 아니잖아!”라고, 말해버린다.

이 말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지 확인받으려 하고, ‘내가 뭐 틀린 말 했냐’며 정당화하려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은 사건의 크고 작음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증거를 바탕으로 진리를 탐색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을 ‘그냥 그렇구나’ 알아주는 것이다.

세상에 아픈 사람, 힘든 사람, 어려운 사람 많지만 당장 내 눈앞에 있는 내 가족, 내 친구가 손톱 밑에 가시가 박혀서 아프다고 하면 “아프겠다…. 어떡하냐?”라고 말해주어야 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과 비교하고, 가장 어려운 사람과 비교하면서 투정 부리지 말라고, 징징대지 말라고 핀잔을 준다.

▲소통을 잘하려면 먼저 이해해야 한다.  ⓒpixabay
▲소통을 잘하려면 먼저 이해해야 한다. ⓒpixabay

그러면서 시간이 많아서 그렇다는 둥, 절박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둥,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는 둥 상대방을 나약하고, 비겁하고,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생각도 마음도 달라져야 한다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눈을 부라리게 된다.

이런 말이 상황이나 사람의 변화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물으면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왜 안 바뀌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하는데,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왜? 상대방은 그런 단어와 감정과 평가를 주문한 적이 없고, 내가 주문한 것들이 아닌 이상 내 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반송이나, 방치해버리기 때문이다.

‘고객님 주문하신 물품이 맞으세요?’라고 확인이라도 했다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감정 소비를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관계를 맺고, 소통을 잘하기 위한 변화에도 단계가 있다. 먼저 이해해야 한다.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이 없다. 119차량이 지나갈 때 비켜주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당신의 가족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이제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꽉 막히던 도로도 홍해처럼 갈라지는 기적을 보이게 했다.

두 번째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나, 생각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매 순간 최선을 선택하려고 애를 쓴다. 비록 그것이 다른 사람 눈에는 부족하고, 어설프고, 미성숙하게 보일지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최선이고, 그 최선을 선택하기 위해 용기를 냈을 거라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 오면, 이제야 비로소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그 당시, 그 상황에서는 그런 선택과 방법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믿는다. 그럼,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일까? 지난번의 선택이 원하던 결과와 이익을 주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어떤 선택이 너에게 이익을 안겨줄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게 선택할 수 있게 기다려주어야 변화가 가능하다.

‘그걸 못하니까 대신 해주려고 하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아이 또는 내 배우자, 그리고 동료가 선택하는 힘이 없어서 대신 선택해 주는 것이 뭐 나쁜 일이냐고 따지기도 한다. 가족이 아니면, 친구가 아니면 누가 이런 말을 해주겠냐고, 스스로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공감은 관계와 변화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pixabay
▲공감은 관계와 변화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pixabay

어찌어찌해서 물가까지 끌어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끌고가려는 행동보다는 물가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최선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스스로 목마름을 느끼고, 목마르다고 표현해야 하고, 목마름에 공감해 주어야 비로소 물을 찾는 힘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빵이 없으면 고기 사 먹어"라는 섣부른 질타보다 "서러운 그 심정 이해한다. 배고픔 마음밖에 알아줄 게 없어서 미안하다"라는 공감이 관계에서도, 변화에서도 더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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