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서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는 상인들은 “힘들 때 나몰라라”하는 시정부와 정치인들이 야속하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의 영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문을 닫는 점포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전례 없는 불경기로 인해 일부 자영업자들은 고사 직전이다. 이러다 다 죽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재래시장을 돌며 자영업 살리겠다고 선심성 공약을 말하지만, 그들 역시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경기 침체의 늪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상인들 스스로가 탈출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게 현실이다.
여수 서시장 상인들... “코로나 때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
28일 여수 서시장 상인들을 직접 만나봤다. 다음은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다.
서시장에서 김밥장사 38년째인 A(65)씨는 “작년 연말 이후부터 사람들이 별로 안 나와요”라며 “코로나 때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나들이 가면 옛날에는 김밥을 무조건 싸갔거든요. 지금은 웬만하면 먹을 걸 현지에서 다 조달해요”라며 시민들의 문화 성향이 바뀐 탓도 있다고 했다.
덧붙여 직원을 구한다며 “가게 앞에 써 붙여 놨는데 안 들어와”라며 함께 일할 사람 구하기 역시 너무 힘들다고 한다.
김밥 한 줄에 2500원이다. 지난해 9월 500원이 인상되었다. 식재료값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오뎅은 예전 가격 그대로다. 손님에게 부담이 가중될까 봐 일부는 주인이 안고 간다.
“오뎅, 당근, 단무지, 계란... 전부 다 가격이 올랐어요.”
어묵 가게 B씨 또한 시장 안에서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며 “지금은 경기가 다들 힘들다며 손님들이 돈을 많이 안 쓰는 추세”라고 했다.
족발 가게 20년째인 D족발 주인(56)은 “이달에 부쩍 더 힘든 것 같다”라며 “예전에는 그런대로 그냥 현상 유지 정도는 됐어요”라고 말했다.
“코로나 풀리고 더 안 되는 것 같은데,,, 요즘은 지원금 같은 게 없잖아요. 다들 주머니를 딱 닫았나 봐요.”
서시장의 한 수선집은 “요즘은 좀 나아진 것 같아요”라는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이곳을 찾은 손님 K씨의 말에 의하면 “꾸준히 하고, 워낙 기술이 좋으니까”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대안 없어 폐업할 엄두도 내지 못해
이들은 하나같이 시 정부나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선거철만 되면 얼굴 내밀고 다니고 정작 우리가 이렇게 힘들 때 나몰라라 하는데, 저희하고는 실상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들 같아요. 저희 생활에 안 와 닿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영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영업의 근본적인 위기는 자영업의 과잉도 문제지만 고물가와 내수경제의 불황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대부분 폐업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자영업자는 봉급생활자에 비해 많은 시간의 노동을 하는데 소득도 적다. 그런데도 쉬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투자된 권리금과 시설비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무얼 해 먹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