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존속에 힘 실어 달라"며 찬반 물어 논란
주변 지역 학생 원거리 통학 '공립화 요구' 봇물
5월 10일 이사회 투표로 공립화 전환 결정

▲여도초등학교 인근 지역 주민 자녀들이 여도초가 아닌 원거리 통학을 위해 통학버스에 오르고 있다. (사진=김종호 기자)
▲여도초등학교 인근 지역 주민 자녀들이 여도초가 아닌 원거리 통학을 위해 통학버스에 오르고 있다. (사진=김종호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단 대기업 출연으로 설립된 여도학원의 공립화 전환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여도초등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사실상 공립화에 반대해달라고 호소해 지역사회와 역행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22일 여도초등학교는 최근 교장 명의로 '학교법인 여도학원 법인해산 및 기부채납(공립전환)에 관한 설문조사'라는 제목의 통지문을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 

문제는 해당 통지문이 '현행 유지'와 '공립 전환'의 의견을 구하는 설문조사 형식을 띄고 있지만 내용은 공립화에 반대해달라고 호소로 가득 채워졌다. 

해당 통지문에서 학교장은 "일부 출연회사에서 기부채납을 요구하며 여도학원의 명예 실추와 공립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최근 이뤄지는 공립화 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학교장은 또 "학교가 기부채납되어 공립화가 된다면 현재 여도학원의 선진프로그램은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차별화된 교육을 희망하는 학부모님은 소위 교육 선진지로 이동할 것이므로 지역소멸을 더욱 가속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장은 "여도학원이 존속하여 이 지역과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며 사실상 학부모들에게 공립화에 반대하고 학교 존치에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여도초 학교장이 이처럼 설문조사 형식으로 공립화 반대를 호소하고 나선 것은 여도학원 재단이사회의 공립화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학교 존속에 힘을 실어달라는 내용이 담긴 여도초등학교 설문조사 일부. (독자 제공)
▲학교 존속에 힘을 실어달라는 내용이 담긴 여도초등학교 설문조사 일부. (독자 제공)

이와 관련 학교 측은 법인해산 투표를 앞두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로 학생, 교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학교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법인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공립화에 100% 반대했다. 설문조사는 학교의 입장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법인을 해산하려면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불분명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교법인 여도학원은 1980년 여수산단 9개 기업의 출연을 받아 설립됐다. 여도초등학교는 출연회사에 재직하는 사원의 자녀를 우선 입학시키고 있어 '귀족학교'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도학원은 전체 예산 중 산단 출연금 비율은 17% 가량으로 나머지는 국비와 지자체에서 나온 혈세로 채워져 있다. 더욱이 출연금 90% 가량은 교직원들의 4대보험과 연구수당, 자녀학자금, 해외연수비 등 복리후생비와 법인 운영비로 집행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지원으로 볼 수 있는 보조 교직원 인건비는 1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재정 대부분이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산단 대기업 자녀들이 우선 입학하고 학교 주변 지역 학생들은 인접 학교를 두고 위험천만한 원거리 통학을 하면서 지역사회에서 공립화 요구가 십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여도학원 재단이사회는 오는 5월 10일 이사회 투표를 통해 공립화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여수산단 입주업체로 구성된 이사 15명 중 10명이 찬성하면 법인 해산 절차를 거친 뒤 전남도교육청 심의와 인가 절차를 거쳐 최종 공립화 여부가 결정된다. 

여수산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입주업체들이 공립화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연금을 모아서 사회 공헌 활동에 쓰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지선 기자 newstop22@dbl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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