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확보... 준주거용지로 바꿔 달라"
층수 제한도 풀려... 허가 땐 막대한 차익

순천 신대지구 '락희만 의료융합타운' 조감도.(사진=거붕그룹)
순천 신대지구 '락희만 의료융합타운' 조감도.(사진=거붕그룹)

거붕그룹이 전남 순천시 신대지구 의료부지에 1조7,500억 원을 투자해 종합병원과 의료관광호텔 등을 짓겠다고 발표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사업 진척이 없는 가운데 최근 이 땅의 용도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일반주거 용지를 준주거로 '종' 상향해 용도지역을 변경할 경우 용적률이 늘어나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돼 벌써부터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8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순천시 등에 따르면 거붕그룹은 순천시 해룡면 신대배후단지 종합의료시설 5만6,000여㎡ 용지를 현재 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꿔줄 것을 순천시와 광양경자청에 요구했다.

하지만 거붕 측 요구대로 이 땅이 용도변경될 경우 대규모 특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당 부지 용도지역을 바꾸기 위해서는 실시설계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필요하다. 용도변경이 되면 지가 상승은 물론 건폐율은 50%에서 70%로, 용적률도 250%에서 최대 500%까지 두배 늘어난다. 15층 이하로 제한된 건물 층수는 제한이 없어진다.

용도변경 이유에 대해 거붕 측은 병원 확장과 기부채납 때문이라고 밝혔다. 거붕 측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진출입로 위치가 바뀌어 일부 용지를 도로 확장에 사용하고 이를 기부채납하면 건축 용지가 줄어들고, 개원 후 병실 확충과 증축 등을 고려해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혜를 받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관건은 용도변경 인허권자인 광양경자청이 요구 사항을 수용할지다. 순천시는 지역에 최고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이 들어서는 만큼 병원 유치를 위해 거붕 측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광양경자청은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양경자청 관계자는 "특정 용지에 대해서만 용도지역을 변경한 사례가 없고 사례가 생기면 특혜시비는 물론 인근 토지 소유자들이 형평성 민원을 제기할 우려가 크다"며 "거붕 측은 현재 고시된 용도에 맞게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순천 신대지구 의료기관 예정 용지.(사진=하태민 기자)
순천 신대지구 의료기관 예정 용지.(사진=하태민 기자)

5개월째 사업 진척 없이 지지부진

한차례 사업설명회 이후 절차 없어

지난 2월 거붕그룹이 국내 최고 수준의 종합의료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전남동부권 지역민의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으나 사업 추진은 5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은 의료타운 사업설명회 당시 올해 연말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일정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남도와 광양경자청에 따르면 거붕 측이 한차례 사업설명회를 가진 이후 어떠한 행정절차도 진행된 게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거붕 측이 조성하려는 상급종합병원은 법인 설립에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재원 마련 계획서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그동안 몇 차례 안내만 있었을 뿐 이와 관련해 접수된 서류는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용지 확보와 본설계, 인허가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본설계에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 있어 당초 착공 일정은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1조7,5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확보 계획도 뚜렷하게 제시한 바 없어 거붕 측이 용도변경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백 회장은 신대지구 의료용지에 1,000병상급 종합병원과 응급센터, 600객실의 초특급 메디텔(의료관광호텔), 바이오 연구개발(R&D)센터, 치유의 숲 등 최고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 공연 및 전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갖춘 '락희만(樂喜滿) 의료융합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거붕그룹은 1999년부터 경남 거제에서 거붕백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 등 비영리법인과 친환경업체 등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순천시와 신대지구 종합의료타운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순천시와 세부 계획에 대해 심도 깊게 협의해 오고 있다.

거붕 측 관계자는 "전남지역에서 순천과 목포는 의료법인 설립이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고 까다로운 조례나 규정 때문에 법인 설립이 늦어졌다"며 "9월 중에는 법인 설립을 승인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비 확보에 대해서는 "예민한 부분이어서 구체적인 조달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gij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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