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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눈, 안목'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13)... 베토벤, 라주모프스키
연주가 까다로운 현악 4중주로 그 깊이과 장르가 남달라
베토벤이 말년에 완성한 곡으로 그의 치열한 예술혼이 엿보여

  • 입력 2021.07.24 14:13
  • 수정 2021.07.24 16:33
  • 기자명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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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소개글

'이혜란의 장도 블루노트’ 연재를 시작한다. 피아니스트 이혜란이 건반 대신 펜으로 쓴 음악 에세이다.

그는 예술섬 장도아트카페에서 문화 기획가로 활동 중이다. 연재를 통해 커피를 만들며 피아노 건반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전람회장 옆 카페이야기를 전하게 된다. 장도 예술섬 전람회장 옆 카페 단상이면서 문화예술계의 편안한 ‘잡설’을 전할지도 모른다.

한때 ‘해안통’ 문화사랑방에서 문화예술 이벤트프로듀서와 문화사랑방 운영자로서의 경험들이 되살아 날 것이다. 예술섬장도에서 ‘리스타’로서의 멋진 기획들도 만나게 된다. 에세이와 관련된 명곡들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피아노 명곡 감상의 기회도 함께 곁들인다.

▲장도 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장도 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중견작가인 노작가는 장도에 있는 창작스튜디오에 두달동안 머물며 집중한다.

그 어느 것에도 반응하지 않는 무미건조한 이들의 재미없는 삶에 비해 예술가는 지나치는 모든 것을 자신의 눈, 안목으로 투과시켜 놀랍게 재창조한다.

연습을 위해 새벽에 장도에 들어가노라면 여지없이 창작스튜디오에서 진섬다리를 건너 장도 밖으로 나가는 작가를 만난다.

하루의 첫시작, 각자의 세계에 집중하여 말없이 눈인사만을 나누며 지나쳐갔다.

작가의 관심은 일상적 체험을 통해 갯벌,해당화,소나무등 자연적 대상과 양식장 부표,그물 등 인위적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인 드로잉을 통해 고도의 기법과 치밀함으로 ‘장도(長島)의 기록’으로 장도전시관을 채웠고 켜켜이 쌓인 연륜의 깊이가 62점의 작품속에서 드러난다.

노작가에게서 베토벤의 예술세계가 오버랩되었다.

베토벤이 숲속을 거닐며 그의 예술세계를 오선지에 그렸다 지우는 작업을 할 때처럼, 새로운 조형적 속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장도의 안과 밖을 줌 인 (Zoom in), 줌 아웃(Zoom out)하며 깊은 성찰의 시간들이 쌓여져간다.

약간은 굳은 표정과 날카로운 눈매는 타협점이 없는 철저함과 완벽함으로 오로지 그만의 세계에 집중하고 있음이 보여진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베토벤처럼 밤바다를 테마로 한 상단의 검은색으로 점철된 화면과 하단의 검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드로잉을 통해 인간의 실존과 소외의 문제를 묵직한 조형언어로 탐구해 온 작가의 저력이 드러난다.

그 작품 앞에서 베토벤의 현악4중주 Op.59 제7번 ‘라주모프스키(Razumovsky)’가 들려온다.

베토벤은 9개의 교향곡, 32개의 피아노 소나타, 그리고 16개의 현악4중주를 통해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운다.

말년의 베토벤은 연주하기 어려운 현악4중주의 양식에 집중한다. 16곡중에서 7-9번의 라주모브스키 현악4중주는 음악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보여주는데 라주모브스키는 1805년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고 있던 러시아대사로 베토벤의 후원자인 백작이름이다.

현악4중주는 어려운 장르임에 쉽게 들려오지 않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생기는 음악에 대한 안목으로 현악4중주에서 느껴지는 음악적 깊이는 그 어느 장르보다 우리에게 주는 감흥이 깊다.

베토벤이 말년에 현악4중주를 통해 음악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음은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작품 역시 압축과 간결함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바라보는 이에게 작가의 의도를 강요하지 않는 여지를 허용한다.

드로잉으로 표현한 작품속에서 장도의 소나무와 바람을 맞으며 삶의 고단함을 쏟아낸 이들, 오래전부터 장도에 살았던 이들의 흔적들을 통하여 장도를 스쳐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며 장도에 있는 모든 자연의 소리도 들려온다.

작가는 오래된 시간의 흐름을 두달동안 머물렀던 장도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기록했다.

작가의 ‘체화(體化)’로 철저하게 포착되어진 것들은 완전을 향한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이로부터 공감을 얻는다

끊임없는 관찰과 지치지 않는 철저함을 통하여 두달이라는 짧은 기간이 문제가 되지 않음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어설픈 아마추어 예술가들, 온 몸으로 느끼는 예술혼이 들어있지 않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새벽에 또는 어두운 밤의 시간에 장도를 거닐었던 작가의 발걸음이 어디엔가 저장되어 있으리라. 라주모브스키를 들으며 작가의 작품속에서 보이는 예술가의 ‘안목’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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