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통합 현충탑 기본설계용역비 2200만 원 전액 삭감
보훈단체‧국가유공자 가족들 “예산 삭감 개탄 금할 수 없어”
권 시장 “사전보고 안 됐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 납득 어려워”
강 예결위원장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의회에 툭 던져”

자산공원 현충탑.
자산공원 현충탑.

여수시가 1998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 3여 통합 이후 보훈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추진하는 통합 현충탑 건립 용역 예산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시 정부와 의회 간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23일 여수시에 따르면 현충탑은 3여 통합 이후 8개 보훈단체 간 건립 장소 등 합의점을 찾지 못해 23년 동안 자산공원과 선원동으로 이원화됐다. 매년 현충일 추념행사가 두 곳에서 따로 치러지고 있는데 접근이 불편하고 장소도 비좁아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등 불편이 커지자 시는 국가유공자 및 보훈단체장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순신공원 내 연면적 4,500㎡ 규모로 통합 현충탑을 조성을 추진해 왔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통합 현충탑을 3여 통합 정신으로 하나 된 시민정신 상징으로 만들겠다”며 조성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시는 최근 제212회 시의회 임시회 제3회 추경예산에 통합 현충탑 설계 예산 2200만 원을 편성해 승인을 요청했다. 해당 상임위인 환경복지위원회는 통과했으나 예결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일 예결위는 사업에 대한 충분한 논의 등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찬반 논란 끝에 표결에 붙인 결과 용역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웅천 이순신 공원. 노란선 안이 통합 현충탑 건립예정 부지. (자료=여수시 제공)
웅천 이순신 공원. 노란선 안이 통합 현충탑 건립예정 부지. (자료=여수시 제공)

그러자 정일랑 무공수훈자회 회장을 비롯한 단체장들은 지난 21일 의회를 방문해 삭감된 현충탑 용역 예산을 본회의에서 반영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정현주 환경복지위원장은 추경예산 수정안을 발의해 22일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찬성 11, 반대 12,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보훈단체와 국가유공자 가족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국가유공자를 더욱 예우해 주지는 못할망정 단체에서 어렵게 합의해 통합 현충탑 건립을 시에 요청했는데 용역비 예산을 삭감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오봉 시장은 23일 영상으로 열린 주간업무보고회에서 “시의회에서 통합 현충탑 건립 기본설계용역비를 사전보고가 안 됐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오래전부터 논의된 사안인 만큼 보훈 유공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빨리 접근성이 편리한 곳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현태 여수시의회 예결위원장은 “통합 현충탑 건립에 대해서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처음 들었다. 지역구 의원들조차도 모르고 있더라. 사업비가 40~50억 원이 들어간다는데 사전에 의회와 이전 장소와 규모, 예산 등에 대해 상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의회에 툭 던져 놓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보훈단체에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본회의장에 안건을 상정하면 또 갈등하고 반목이 생기니 정리추경 때 예산을 편성하자고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시 집행부가 밀어붙였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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