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안전 불감증, 보행자 안전 위협
보행자, 무단횡단‧스마트기기 사용도 문제
여수, 올해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 9명
‘우회전 무조건 일시 정지’ 법 개정 추진

23일 오전 8시 11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자가 횡단하고 있지만 차량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보행자는 중간중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사진=마재일 기자)
23일 오전 8시 11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자가 횡단하고 있지만 차량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보행자는 중간중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사진=마재일 기자)
23일 오전 8시 11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자가 횡단하고 있지만 차량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23일 오전 8시 11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자가 횡단하고 있지만 차량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21일과 23일 오전 8시~8시 30분 사이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보행 신호등이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었지만 승용차와 덤프트럭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우회전하며 횡단보도를 쌩 하고 지나갔다. 파란불을 보고 건너려던 보행자는 머뭇거렸다. 우회전 차량들의 상황을 지켜보며 건너던 보행자는 도중 발걸음을 재촉했다. 보행자는 중간 중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중간 쯤 건너가자 일시 정지했던 차량들은 횡단보도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일시 정지 없이 통과하는 차량도 많았다. 신호를 지키는 차량이 되레 안절부절못할 때도 있다.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량 때문이다.

이곳 교차로뿐만 아니라 여수지역 주요 교차로나 횡단보도가 있는 곳이면 보행신호가 남아 있고 보행자가 건너는 상황에서도 차량이 슬금슬금 머리를 들이밀거나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배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보행 신호를 지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런 운전은 엄연한 불법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할 때 모든 운전자는 무조건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 위반하면 과태료가 7만 원(승용차 기준)이다.
 

지난 21일 오전 10시 35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21일 오전 10시 35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20일 오전 8시 52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20일 오전 8시 52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긴 하지만 지난해 국내 교통사고의 보행 사망자는 1093명이다. 이 중 보행 사망자의 52.5%(574명)가 횡단보도에서 사망했다. 여수경찰에 따르면 올해 여수지역에서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9명이다. 횡단보도 보행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통계는 없다.

특히 사망 3명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20일 전남 여수 한재사거리 교차로 교통사고 현장의 횡단보도 위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차량 우회전 시 보행자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여수 한재터널 사거리 차량 운반트럭 사고 현장. (사진=여수소방서)
20일 여수 한재터널 사거리 차량 운반트럭 사고 현장. (사진=여수소방서)
지난 20일 오후 1시 49분 교통사고가 발생한 여수 한재사거리 교차로. (사진=김종호 기자)
지난 20일 오후 1시 49분 교통사고가 발생한 여수 한재사거리 교차로. (사진=김종호 기자)
지난 20일 여수 한재사거리 교차로 교통사고 이후 22일 웅천지구에 걸린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20일 여수 한재사거리 교차로 교통사고 이후 22일 웅천지구에 걸린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 2대 중 1대 이상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어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지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경각심을 갖게 한다. 서울 교차로 조사이긴 하지만 여수지역도 상황이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5월 11∼12일 서울 시내 6개 교차로에서 ‘차량 우회전 시 보행자 횡단안전 실태조사’를 한 결과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을 때 우회전한 차량 823대 가운데 53.8%(443대)가 양보하지 않고 통과했다. 여기서 ‘양보’는 차량이 우회전할 때 보행자를 보고 정지 또는 서행한 경우를 말한다.

221대(26.9%)는 속도를 줄여 지나면서도 보행자의 횡단을 재촉했다. 나머지 정지한 차량 159대 가운데 45대(28.3%)는 횡단보도 위에서 정지해 보행자 안전에 위협이 됐다. 결국 안전한 방법으로 양보한 차량은 전체의 13.9%(114대)에 그친 것이다.
 

차량 우회전시 보행자 횡단안전 실태조사. (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차량 우회전시 보행자 횡단안전 실태조사. (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교차로 특성별로 보면 비신호 교차로가 많은 이면도로의 보행자가 안전에 취약했다. 간선도로에 있는 신호 교차로에서는 우회전 차량 301대 중 166대(55.1%)가 보행자에게 횡단을 양보했으나 이면도로에 위치한 비신호 교차로에서는 522대 중 214대(41.0%)만이 보행자에게 횡단을 양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는 이륜차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식이 낮았다. 승용차는 48.4%, 버스는 62.9%가 우회전 시 횡단보도에서 양보했지만 이륜차는 이 비율이 16.7%에 불과했다.

공단에 따르면 2018~2019년 우회전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사업용자동차 사고는 2133건에 71명이 사망했다. 비사업용 사고는 6826건에 70명이 사망하는 등 총 8959건에 141명이 사망했다. 차 대 사람 교통사고 중 우회전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2.4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평균(1.5명)의 1.6배에 달했다. 특히 사업용자동차의 치사율은 3.3명(2.1배)에 달한다.

보행자 사망 사고 감소가 강력한 교통사고 예방 대책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운전자와 보행자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가장 안전하게 보호를 받아야 할 곳으로, 우회전할 때 서행 및 주의 운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 16일 오전 7시 43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16일 오전 7시 43분 웅천지구 생태터널 인근 망마 삼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6월 11일 오전 8시 6분 웅천지구의 한 교차로. 보행신호가 파란불인데도 차량이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6월 11일 오전 8시 6분 웅천지구의 한 교차로. 보행신호가 파란불인데도 차량이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4월 18일 오후 6시 16분 한재사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중이지만 오토바이가 횡단보도에 서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4월 18일 오후 6시 16분 한재사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중이지만 오토바이가 횡단보도에 서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4월 16일 오후 2시 26분 흥국체육관 사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중이지만 차량들이 횡단보도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4월 16일 오후 2시 26분 흥국체육관 사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중이지만 차량들이 횡단보도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11시 50분 학동 부영3단지 사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중이지만 차량들이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11시 50분 학동 부영3단지 사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보행 중이지만 차량들이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보행자의 무단횡단과 횡단 중 스마트기기 사용 등 안전 의식도 문제지만, 사실 운전자들이 법을 알고서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매년 발표하는 교통문화지수를 보면 운전자의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은 2019년 78.62%에서 2020년 81.79%로 상승했다.

정부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지날 때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으면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멈추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일시 정지해야 하는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일시 정지 기준을 더 강화한 것이다.

또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차량을 우회전할 때도 일시 정지가 법으로 의무화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나 범칙금이 부과된다.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 등에서는 보행자에 통행 우선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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