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회 처리 약속 5월도 불투명…유족‧여수시 등 제정 조속 촉구
“비극적 역사의 왜곡된 진실 규명하라·아픈 과거를 보상하라” 호소
여순사건 영화 ‘동백’ 국회의원 초청 시사회 열려…10월 국내 개봉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던스(Carl Mydans)가 촬영한 사진.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던스(Carl Mydans)가 촬영한 사진.

2월 국회 처리를 약속한 정치인들의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한 맺힌 73년을 버텨온 유족들과 지역사회에 허탈감과 실망을 주고 있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16대 국회인 2001년부터 4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병철(순천광양곡성구례갑)·주철현(여수갑)·김회재(여수을)·서동용(순천광양곡성구례을)·김승남(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의원의 절반이 넘는 152명의 동의를 받아 지난해 7월 28일 발의됐다.

지난 22일 첫 관문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통과가 기대됐으나 지난 26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의사일정에 여야 이견으로 상정되지 않아 4월 법안 처리는 물론 5월 통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월 전남을 방문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시간이 모자라면 3월 임시국회를 이어서라도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8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여순사건 여수‧서울 유족회와 권오봉 여수시장, 여수시의회 특위 등이 5월 국회 임시회에서 반드시 여순사건 특별법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여수시 제공)
28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여순사건 여수‧서울 유족회와 권오봉 여수시장, 여수시의회 특위 등이 5월 국회 임시회에서 반드시 여순사건 특별법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여수시 제공)

제정이 늦어지자 여순사건 여수·서울 유족회와 여수시장, 지역 정치인들이 국회 앞에서 ‘여순사건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29일 여수시에 따르면 전날 여수와 서울 유족회를 비롯해 권오봉 여수시장, 민덕희 여수시의회 여순사건 특별위원장 등 지역 정치인은 국회 정문 앞에서 5월 국회 임시회에서 반드시 여순사건 특별법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여수시와 여순사건 여수 유족회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결의대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은 여순사건 여수 유족회 주도로 특별법안 처리 경과보고, 결의문 낭독과 구호를 제창 등 순으로 진행됐다.

유족들은 최근 순천과 여수를 잇따라 방문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월 통과를 약속한 점을 상기하고 늦었지만 5월에는 반드시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 노력을 요구했다.

여순사건 서울 유족회와 회원들도 결의대회에 참여해 성명을 발표하며 지원했다. 유족들은 “국가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무고한 희생을 당했다”면서 “73년의 응어리진 아픔과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방법은 여수·순천 10·19사건 특별법 제정 한 길뿐이다”고 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권오봉 여수시장은 “73년이라는 유난히도 길었던 지난 세월을 숨죽여 감내해야 했던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별법 제정에 혼신을 힘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8일 CGV 영등포점에서 열린 국회의원 초청 영화 ‘동백’ 시사회. (사진=여수시 제공)
28일 CGV 영등포점에서 열린 국회의원 초청 영화 ‘동백’ 시사회. (사진=여수시 제공)

한편 이날 오후 2시 CGV 영등포점에서는 여순사건의 참상을 다룬 영화 ‘동백’ 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과 유족회, 권 시장, 시의원, 주연 박근형 배우와 신준영 감독, 여순사건 유족회와 시민추진위원회, 영화 관계자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여수시가 제작·지원한 영화 ‘동백’은 여순사건 부역자로 아버지를 잃은 노인 황순철과 가해자의 딸 장연실의 세대를 이어온 악연을 풀기 위한 갈등과 복수, 화해와 용서를 담은 영화다.

시는 여순사건의 진실과 아픔을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영화 ‘동백’을 프랑스 칸 영화제와 체코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에 출품했다. 하반기에는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 부산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또 오는 10월 중 국내 개봉으로 전국영화관에서 상영해 여순사건의 진실을 전국에 알릴 예정이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반대하며 촉발됐으며, 당시 희생자만 1만여 명이 넘는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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