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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뭐 별건가요?

  • 기자명 박주희 (hee82525@hanmail.net)
  • 조회수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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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천과 선소를 잇는 작은 선소 고갯길, 힐링의 자연 산책길이 되다!

바다라는 낱말을 더듬어 어원을 살펴보면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가 닿는다. 굳이 그 신화를 들추지 않더라도 바다는 우리에게 풍경으로 다가온다. 바다를 보러 와서 저 거대한 소금물 덩어리라고 말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풍경 뿐만이겠는가? 바다는 또한 힐링이다. 바다가 삼면인 여수, 어디든 바다를 품고 있다. 그래서 여수는 온 도시가 힐링이다. 웅천도 그 예외는 아니다.

예울마루에서 신년 음악회 공연을 본 후 선소 쪽으로 안개비가 눈발처럼 날리는 고갯길을 걷는다. 빗물 속에서 물오르는 씨앗들의 숨소리가 스쳐가는 것도 같다. 바람이 등을 오르는 고갯길, 안개비 수북히 쌓인 길가 억새숲에 사그락사그락 빗방울 숨쉬는 소리, 파도소리 아련하다. 분위기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헤집혀진 이파리 다 마른 겨울배추며, 상추 더불어 양파와 마늘대 오돌돌 터울 좋게 애잔하다. 예전엔 없었지만 웅천이 개발되면서 생겨난 고갯길 풍경들이다. 

건너편 소호동동다리 등불들이 환하다. 

빗길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없다. 안개비 차곡차곡 쌓인 저녁 고갯길, 수면 아래로 내걸린 소호동동다리 등불이 아름답다. 수면 위로 내걸린 등불들은 그리운 눈알들 같다. 진눈깨비처럼 휘날리는 알갱이 가벼운 안개비를 나처럼 맞는 녀석, 가로등이다. 둥근 눈알이 환하다. 안개비에 촉촉히 젖은 그 눈알이 그리움의 눈알 같아 자꾸만 들여다본다. 

선소 고갯길, 수평선이 탁 트인다. 펑소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아 덜 붐빈다.

저녁 고갯길, 안개비 차곡차곡! 

봄날 같은 겨울 저녁, 인적이 없어 사유지를 걷는 기분이 든다. 코로나에 위험한 일이지만 우산을 쓰기 싫어 그냥 걷는다. 사진을 찍자, 휴대폰 액정이 빗물에 미끌거린다. 웅천과 선소 사이에 이 통로가 있어 얼마나 힐링이 되는지 감사할 뿐! 

드디어 선소, 배롱나무 한 그루 남향의 뉘집에서 온 소식 전하려 왔는지, 잔설가지 빗물에 파르르 떤다. 알알이 안개 알갱이의 온기를 붙잡고 있다. 봄이 멀지 않았나 보다.

가까운 비탈에 선 대나무숲으로 하얀 길냥이 울음에 넋을 잃다 보니 홀렸나 보다. 이윽고 선소 바닷길이다. 울음 끝 뭍의 가장자리에서 만조에 흘러 들어왔는지 물오리떼 푸드덕 인기척을 낸다. 녀석들과 나, 비로서 아무도 없는 자유로운 시간! 녀석들은 수면 밑에 내걸린 불빛 넘나들며 놀고 나는 위에 내걸린 등불 건너에서 논다.

선소 앞바다에 깃든 물오리떼

남향에서 불어 오는 새벽바람이 제일 먼저 상륙한다는 소식이다. 곧 오월이면 고갯길 입구엔 자연스럽게 자라난 토끼풀이 눈길을 잡겠다. 이팝이며, 철쭉이 산들바람에 일렁이겠다. 찔레꽃 듬성듬성 한 아름 사향내 풀어놓아 바다의 푸른 빛깔과 어우러질 때쯤, 사방 탁 트인 바다와 마주하며 운동 삼아 걷는 이들이 점차 모여 들면 여름이다.

그런저런 생각에 집에 와 외투를 벗으니 모자에 쌓인 안개 알갱이들이 외투깃에서도, 치맛자락에서도 후드득! 남향으로 난 소식들이 방울방울 묻어와 훅! 물냄새를 끼친다. 어느 섬에서 맴돌다 온 녀석들인지 약간 갯냄새 비릿하다.

선소 앞바다의 섬

                                        물안개가 아직도 언뜻언뜻 집 안을 맴돌고 있는 것 같다.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섬처럼 스스로 모호해지기로 한다. 코로나에 힘든 나날들, 모처럼 힐링이다! 

*웅천: 여수 신도시

*선소: 임진왜란을 치르면서 크고 작은 해상전투가 많았지만 거북선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말 그대로 무적함인 거북선은 항상 함대의 선봉장이었다. 그 무적함 거북선을 만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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