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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라”

여수산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30대 노동자, 석탄운송설비에 끼어 숨져..
여수시민단체와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등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노조가 없는 협력업체는 피해자 개인이 사측을 상대로 싸워야 해.. 한계 많아"
사고 진상규명과 원청사인 금호티엔엘 책임자 처벌, 금호그룹 회장 구속 촉구

  • 입력 2021.01.13 15:25
  • 수정 2021.01.22 18:13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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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금호티엔엘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여수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주최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새해가 시작된지 열흘 만에 여수에서 또다시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여수산단 유연탄 저장업체인 금호티엔엘 협력업체 소속 30대 노동자가 석탄운송설비에 끼어 숨진 것이다.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이틀만에 벌어진 사고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이에 13일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여수시지부가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티엔엘 산재사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구속을 촉구했다.

이들은 해당 사고가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만 추구해온 결과”라며 “사회적 타살”임을 명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보수야당과 재벌기업의 입김에 굴복해 누더기가 되어, 이 법으로는 기업 총수를 처벌할 수 없다”고 정부여당에 중대재해기업법을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법이 있어도 처벌받지 않는 사회

화섬연맹 광주전남본부 정남길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누더기’라고 부르는 중대재해기업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 유예를 준 뒤 적용하므로 이번 사고를 일으킨 금호티엔엘과 소속 협력업체는 처벌과 배상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두고 “입법 취지와 법의 실효성은 출발에서부터 사라져버렸으며 죽음마저 차별하는 살인기업보호법”이라고 외친 이유다.

중대재해기업법은 지난 2013년에 일어난 여수산단 폭발사고를 계기로 그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후 대대적인 법 제정 촉구운동으로 번졌다.

여수산단 내 대림산업의 폴리에틸렌 저장조 폭발로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1만명의 노동자들은 노동자대회를 열고 시민과 함께 ‘여수국가산단특별법제정 운동본부’를 공식출범했다.

이들은 당시에도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을 촉구했으나 성사되지 못했고, 이는 결국 2018년 12월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 김용균이 태안발전소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현장에서 즉사하는 사고를 불러왔다.

해당 사고가 보도된 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10만명을 넘었고 그후 2020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사업주가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한데다 원청과 기업의 경영책임자 대부분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처벌’이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살인기업보호법.. “법 개정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기업살인의 공범”

민주노총 여수시지부가 기자회견장에서 정부와 국회의 책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서이철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젊디젊은 청년노동자가 왜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정확히 원인을 밝혀야 한다. 태안화력의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죽음과 너무도 닮은 이번 사고는 또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라고 외쳤다.

기자회견 참여자들 모두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허술한 법 개정'을 꼽았다. 

최관식 민주노총 여수시지부장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들이 작업자의 실수, 기계의 오작동을 이유로 말단관리자 처벌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행위가 반복되어왔다. 이는 ‘연속적인 범죄행각’이므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환석 진보당 전남도당위원장 역시 “노동자를 죽인 것은 컨베이어벨트가 아닌,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기업자본과 이를 방관한 관료들, 법을 개정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다”라며 정부와 야당 역시 이번 사건의 공범임을 분명히했다.

김 위원장은 “법 시행에 3년 유예를 둔 덕에 사고의 법적 책임을 질 사람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특별근로감독이 책임을 지고 벌금을 조금 내고 말 것이다. 전국 사업장의 8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그나마 법 적용에도 제외된다. 앞으로도, 지금도 계속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일하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원안대로 재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더이상 죽이지 마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여수시민협 김태성 공동대표는 “이번에야말로 산재 사고의 원인을 뿌리뽑아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서이철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하청업체와 노동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대기업으로 발생한 인재다. 현재 하청 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사측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원하고 있다.

서이철 사무국장의 말이다.

“현재 공장 설비시설은 몇십년이 지나 노후화됐지만 사측은 설비증축을 전혀 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아무리 불편함을 호소해도 하청업체 사장은 ‘원청에 말하라, 사업예산이 없다’고 둘러댈 뿐이다.

이번 사고도 설비예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하청업체는 구조적 한계로 노조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회사가 해고를 시키겠다고 겁박하기라도 하면 어찌 할 방법이 없다”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등은 산재사망을 일으킨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 외에도 앞으로도 허술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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