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어느 시인은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라고 읊었다. 400일 넘도록 차디찬 바닥에서 풍찬노숙 농성을 벌이는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의 눈물이 그 무게가 아닐까.

▲ 400일이 넘도록 여수시청 별관 옆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는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 모기를 피하려고 양파망을 둘러쓰고 잠을 자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여수수산물 특화시장 상인 20명이 생존권을 호소하며 여수시청 주차장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한 지 400일이 넘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70~80대 어르신들입니다. 단전·단수로 장사를 못 하는 상인은 30여 명인데 그나마 젊은 상인들은 먹고살기 위해 산단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수시의회 주종섭·민덕희 의원, 시민단체 등이 시정 질의와 자유발언, 성명 등을 통해 여수시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수시의회 송재향 의원은 지난 6월 18일 제201회 정례회 본회의 민덕희 의원의 수산물특화시장 분쟁과 대책 관련 보충질의에서 “당사자들과 시 집행부, 의회가 공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라며 시의회 의원 전체가 함께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산물특화시장 분쟁 사태를 지역사회의 ‘괴물 민원’이라고 했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괴물 민원’으로 클 때까지 지역사회는 무엇을 했을까요? 정말 당사자들만의 분쟁일까요? 행정의 잘못은 없는 것일까요? 지역사회가 방임한 것은 아닐까요? 상인회가 분쟁조정 시민위원회의 중재안을 거부했다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프레임에 가둬 몰염치한 사람들로 몰아가선 안 될 것입니다.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거짓과 무능과 위악이 진실을 덮고 있는데 이를 덮고 적당히 타협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송 의원의 제안은 일리가 있습니다. 일부 의원이 나서고 있으나, 이제는 시의회 의원 26명이 나서야 합니다. 민선 7기 권오봉 시장은 분쟁조정 시민위 권고안을 상인회가 거부 이후 생각의 변화가 없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거부했는지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분쟁 사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지만 그럴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런 권 시장에게 더는 ‘괴물 민원’을 맡겨둬선 안 됩니다. 더는 해결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물론 권 시장이 사태 해결에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민선 7기 초반에 수차례 양측을 만나 설득도 하고 시민의 관점에서 해결을 찾아보자며 시민분쟁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에 권 시장은 “역대 어느 시 정부가 이런 노력을 해 왔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지만, 상인들은 400일이 넘도록 여전히 찬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 9일 시청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을 찾은 시의회 의장단.


시장이라는 자리는 과정도 중요시해야 하지만, 성과로도 자신의 정치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시장, 국장, 과장, 팀장의 부모나 형제자매가 1년이 넘도록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까지는 방임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제가 시장이라면 상인들 또는 특화시장에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먹고 자며 설득하고 또 설득하겠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必死卽生 必生卽死)’라고.

그러면 후반기 여수시의회는 상인들의 노숙 농성을 끝낼 수 있을까요? 전창곤 의장 등 7대 후반기 의장단이 9일 시청 내 농성 현장을 방문해 분쟁과 관련한 상인들의 견해를 듣고 위로했습니다. 의원들은 이날 여수시에 적극적인 행정을 주문하는 등 계속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전창곤 의장은 “상인들이 오랜 기간 농성을 하고 계셔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며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시의회의 역할인 만큼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후반기 의장단의 첫 공식 외부활동이 ‘괴물 민원’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꼭 상인들의 눈물을 거둬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도 같이 먹고살자’라는 단순한 소망을 우리 지역사회는 왜 품어주지 못할까요? 특화시장 상인들의 눈물겨운 풍찬노숙 농성을 응원하며 詩 한편을 띄워 봅니다.
 

▲ 400일이 넘도록 여수시청 별관 옆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는 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 모기를 피하려고 양파망을 둘러쓰고 잠을 자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 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너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 안으로 말아 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 갔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을 멈추지 않는다

신철규 <눈물의 중력>


너무 무거워 엎드려 울 수밖에 없는 눈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때 함께 울어주는 것만 해도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지는 못할망정 비난과 오해는 자제하시게요. 이 시로 짧은 순간이나마 400일이 넘도록 차디찬 바닥에서 풍찬노숙하는 상인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늘 아래에 있는 진실이 언젠가는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 발행인 마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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