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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몽골의 말들...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몽골여행기]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를 벗어나 볼강으로

  • 입력 2020.01.25 21:52
  • 수정 2020.01.26 19:44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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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에서 볼강으로 가던 도중에 만난 말들. 보름달아래서 풀을 뜯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 오문수

몽골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뿐만 아니라 몽골인들도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바로 '홉스골 호수'다. 이곳에 가려면 볼강(Bulgan)시에서 1박을 해야 한다. 볼강은 울란바타르 북서쪽 약 520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오전 10시 몽골수도 울란바토르를 떠난 우리 일행의 첫 숙박예정지는 볼강이다. 

몽골가이드 저리거씨의 4륜구동 차량과 러시아군인들이 2차 대전 당시 사용했던 푸르공은 도로를 제외한 모든 초원이 햐얀 눈에 덮힌 겨울왕국을 달렸다.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울란바토르 시내를 벗어나자 여름날 푸른 초원에서 가축들이 풀 뜯던 모습과는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 몽골초원을 가까이 해보지 못했던 분들은 초원에서 풀 뜯는 가축과 목동을 상상하며 낭만적인 분위기만 상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초원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온갖 가축 똥과 움푹움푹 패였다. 실망할 수도 있다.

몽골의 말들은 강인하다. 영하 30도 추위에서도 들판에 서서 잔다고 한다. 새벽녘에 눈덮힌 들판에서 앞발로 풀을 헤치며 뜯어먹고 있는 말들. 갈기에 얼음이 얼어있다 ⓒ 신익재

몽골 겨울이 주는 매력은 불순(?)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을 덮어 주고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일망무제의 설국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몽골 겨울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에 누워 영화 <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이라도 촬영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차는 몇 시간째 도로를 달린다. 새벽 1시가 넘어 울란바타르에 도착한 비행 일정으로 호텔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 때문에 자꾸만 눈꺼풀이 내려갔다. 그때 몽골 지리를 잘 아는 푸르공 운전사 바인졸이 비포장길로 들어선다.

눈덮힌 비포장길은 아스팔트 도로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바퀴 자국을 따라 움푹 패인 곳은 적당히 얼어 진흙탕에 빠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름과 달리 앞차 바퀴에서 나는 먼지가 없기 때문이다. 저 멀리 항가이산맥 위에 보름달이 떴고 하얀 눈밭이 처연한 아름다움을 가져다준다.

볼강 길거리에 세워진 산타할아버지 모습으로 얼음으로 만들어 색칠을 했다. 영하 30도 가까운 날씨라 녹지않고 있다. ⓒ 오문수

달리는 차 속에서 '야! 이렇게 멋진 모습에 동물 모델이 나타나면 금상첨화일텐데!'라고 상상하는 순간 멋진 모델들이 나타났다. 앞발로 눈을 헤치며 풀 뜯던 말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차량에 나타난 온도계를 보니 섭씨 영하 30도. "아!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눈밭에서 풀을 뜯다니!"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열흘 동안 겨울 몽골을 여행하며 몽골말의 강인함에 탄복했다. 말들은 영하 30도에서도 눈밭에 서서 잔다고 한다. 새벽에 도로를 달리며 눈덮힌 초원을 보면 눈밭에 서서 풀뜯는 동물은 말뿐이었다. 세계 최대의 제국을 세운 몽골군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가 말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의 전통 농기구와 꼭 닮은 게 몽골에...

볼강 박물관에서 농기구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임실군 문화해설사 강명자씨, "임실문화원 농기구와 똑같다"고 했다. ⓒ 오문수

볼강 박물관에는 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마감 시간이 되기 전 서둘러 입장했다. 생각보다 조그만 박물관이지만 몽골 최초의 우주인 '고랑차'의 전시물, 전쟁 사진, 사람 대퇴골로 만든 불교 도구들과 볼강에 사는 야생동물 박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필자가 어릴적에 보았던 농기구들이었다. 쇠스랑, 당그래, 저울, 절구(돌, 나무) 등 여러 가지 농기구들이 우리 농촌에서 사용했던 것들과 꼭 같은 점에 놀랐다. 동행했던 임실군 문화해설사 강명자씨의 얘기다.

"우리의 옛 농기구들과 정말 닮았어요. 문화원 담당자들과 다시 한 번 방문해 조사 해봐야겠어요."

 

제주 오름과 꼭 닮은 '오란터거'

▲ 제주 오름과 같은 형태를 지닌 분화구 "오란터거". "오란터거"는 몽골어로 "예쁜 솥"이라는 뜻이다. ⓒ 신익재

볼강에서 므릉을 향해 7km쯤 달리다 보면 왼쪽에 커다란 고분 같은 모습을 한 '오란터거'가 나타난다. 저리거씨는 "오란터거는 몽골 말로 '예쁜 솥'입니다, 꼭 솥을 닮았잖아요"라고 말했다. '오란터거'는 고분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름'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만~2만5000년 전에 폭발했던 오란터거는 지질시대에 서너 번 활동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고도 1688m 정상에 있는 분화구 안에는 지름 20m, 깊이 1.5m의 호수가 있다. 산은 낙엽송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사시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몽골운전사들과 신익재씨가 방한용 텐트를 치고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필자와 동행한 여성들은 정상에 세워진 오보와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았다. 넓은 초원이 하얀눈으로 쌓인 몽골 겨울왕국을 보던 시인 이민숙씨가 시를 한 수 읊었다.

"지구가 이 아름다운 몽골처럼 보존되게 하소서 / 지구가 더 이상 온난화로 신음하지 않게 하소서 / 눈오는 몽골처럼 아름답게 보존되게 하소서..."

제주 오름과 똑같은 형태의 분화구인 "오란터거" 뒤에서 텐트를 치고 식사를 마친 일행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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