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한전과 여수시가 고압송전탑 반대 및 지중화 요구 묵살”
시의회 ‘송전탑 반대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에도 소귀에 경 읽기

   
▲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여수 영취산. (사진=동부매일DB)
   
▲ 여수시 영취산 일대 고압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현범)가 17일 ‘영취산 관통 고압송전탑 건설반대’를 외치며 터파기 공사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고압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여수시 영취산에 고압송전탑 건설을 위한 터파기 작업이 시작되자 인근 주민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7일 영취산 일대 고압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현범·71)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부터 ‘'영취산 일대 관통 고압송전탑 건설반대’를 외치며 공사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여수시민의 생명권, 건강권, 재산권을 침해하는 고압송전탑 건설공사를 반대하면서 일부 구간 지중화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압송전탑 건설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해 여수시와 한국전력, 산업자원부 등 의견서를 제시했으나 무시당했다”고 했다.

최현범 위원장은 “한전은 여수시의회 전체의원 결의로 고압송전탑 건설반대와 일부 지중화를 결의한 바 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되자 주민과 대화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공사를 막무가내로 강행하고 있다”고 했다.

▲ 여수시 영취산 일대 고압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현범)가 17일 ‘영취산 관통 고압송전탑 건설반대’를 외치며 터파기 공사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고압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반대 대책위는 “일부 구간을 여수국가산단 공장 부지와 자연녹지 사이의 공간을 활용해 지중화를 한다면 고압송전탑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산불과 여수산단의 전원공급 중단사태 같은 것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50년 이상 재산권 침해를 당했는데 주민의 의견 청취도 제대로 하지 않은 여수시와 한전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산자부 장관, 여수시장, 한전 사장 등이 현장에서 토지수용재결 회의를 개최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겠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16일 오전 11시부터 송전탑 공사를 위해 파 놓은 깊이 10m 상당의 구덩이에 들어가 주민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이곳에 묻어 달라며 단식농성하고 있다. 고령으로 한밤중 영하권의 추운 날씨 탓에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한 주민들이 만류했으나 최 위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주민 20여 명도 구덩이 인근에서 같이 농성하고 있다.

앞서 여수시의회는 지난해 5월 제192회 임시회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영취산 일대 고압송전탑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건설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주종섭 의원은 “시민의 건강권, 생명권, 재산권을 침해하는 345㎸ 고압송전탑 선로 건설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영취산 고압송전탑 건설반대 결의안’을 제출했다.

▲ 여수시 영취산 일대 고압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현범)가 17일 ‘영취산 관통 고압송전탑 건설반대’를 외치며 터파기 공사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고압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주 의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제197회 정례회 5차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영취산 일대 고압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일부 구간의 지중화를 재촉구했다.

주 의원은 이날 “시민이 반대하고 시의회도 만장일치로 반대하는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작태”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여수시에 대해서는 “송전탑 건설사업 반대의견에 대화나 설득은 했는지, 시의회 반대 결의안과 관련해 중앙부처 등을 방문해 해결해보려는 노력은 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며 “공탁 의뢰한 토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신청이 들어오면 허가를 내줄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취산 송전탑과 만성리 택지개발 그리고 수산물특화시장 문제에서 함께 손잡고 가자는 행정실천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여수시의 적극적인 행정을 주문했다. 하지만 시의회와 주민들의 요구는 소귀에 경 읽기가 되고 있다.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여수산단 신증설에 대비한 전력 안정화를 위해 2017년부터 345㎸ 규모의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달부터 영취산 일대 공사에 착수했다. 이곳에는 20여 개의 고압송전탑이 세워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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