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옥선과 전선
판옥선
위쪽 조선판옥선과 밑쪽 일본 전선은 외관상 비슷한 것 같이 보이지만 기능면에서 완전하게 다른 두 가지 구조를 갖고 있다. 노와 바닥이다.
일본노는 서구 바이킹노로 직선형이며 조선노는 손잡는데는 직선으로 가다가 노 있는데부터는 배밑으로 휘어져있다. 그렇게 때문에 두 배가 충돌하면 일본배는 노가 모두 부러져 기능을 잃는 반면에 조선노는 안전하였다. 조선배는 바닥이 평편하고 일보배는 반삼각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선으로 달릭 때는 일본 판옥선이 빠르지만 회전을 할 때는 큰 원을 그리면서 회전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거기에 비교하여 조선판옥선은 바닥이 평편하여 그 자리에서 바로 180도 회전을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먼 옛날부터 여러 가지 모습의 배를 만들어 잘 이용했다는 증거가 제주도를 비롯하여 두만강, 한강, 상류 등에 남아 있다. 원시형태의 이 배들은 점차로 복잡한 목선(나무배)으로 발전하여 결국 우리나라의 독특한 한선(한국배)을 창출해 냈다. 배 밑바닥이 평편한 이 한선의 열개(구조)는 중국배와도 전혀 다른 우리나라의 독특한 '평조선 구조법'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방식은 언제부터 발달되었는지 정확히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어도 고려 초기에는 정착해 있었던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고려 원종과 충렬왕 때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원정을 했을 때 고려의 군선들은 원나라의 중국배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좋았던 것이 증명되었다. 우리의 배 만드는 시술은 조선시대에는 더욱 발전하여 명종 때에는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은 판옥선이 등장했다. 판옥선은 전통적인 한선의 선체 위에 '상장'이라고 부르는 상부 구조물을 더하여 이층 열개로 만들고 갑판 사이의 은폐된 곳에는 노군(노를 젓는 병사)을 배치하여 안심하고 노를 저을 수 있게 했고 상갑판 위에는 전사(직접 싸우는 병사)들을 배치하여 놓고 넓은 장소에서 적을 제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것은 동양은 물론 유럽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배모양이었다. 바로 이 판옥선이 거북선의 모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뒤 우리나라에서는 바다를 무시하는 풍조가 번져 배를 만드는 이 놀라운 슬기는 이어지지 못하고 아깝게 시들어버렸다.